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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의심과 관심 사이 어딘가

by 페트라힐스 202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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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와 형사

시작은 불완전한 시선이었다. 변사 사건 사망자의 아내와 형사 신분으로 만난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끌린다. 관심이었는지 아니면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이었을지 알 수 없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어가고 마침내 완전한 시선으로 바뀌게 된다. 

진심으로 보기엔 부족하고 사랑이라 말하기엔 가볍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내내 흐르는 음악과 배경을 통한 분위기는 스릴러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로맨스 영화는 분명한데 벼랑 끝에서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일반적인 달콤한 속삭임을 기대했다면 기대와는 다를 것이다. 그런데 진지한 사랑 이야기였어도 꽤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속을 드러내지 않고 예측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여자와 의심이 많지만 관심을 숨길 수 없는 남자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영화가 끝났을 때 이 사랑을 응원할지 반대할지는 당신의 몫이다.

 

한줄평

해무 속에 가려진 사랑의 미제

 

 

영화 및 출연진 정보

감독 : 박찬욱

주연 :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조연 : 고경표, 김신영, 유승목, 이학주, 고민시, 박용우, 박정민, 유태오 등

개봉일 : 2022년 6월 29일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38분 (2시간 18분)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 한국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며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 한번 더 진화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물론 대중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화면 속에 명확히 보인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극 초반 산을 산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였고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여주인공 서래의 집이었다.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맞게 벽지부터 소품까지 자연스럽게 몰입되었다. 이 작품으로 박찬욱 감독은 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022년 43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5개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최초 타이틀을 얻었다. 이외에도 평론가, 대종상, 협회 등 다양한 기관에서 상을 휩쓸었고 2023년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각본집, 스토리 보드북, 포토북이 판매되기도 하였다.

 

 

탕웨이

'색, 계'를 통해 국내에 얼굴을 알린 중국 국적의 배우 탕웨이는 단아한 듯 하지만 매혹적인 눈빛으로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높은 노출 수위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데 영향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아우라가 느껴지는 눈빛 연기가 일품이다. 이후 '만추'를 통해 현빈과의 작업으로 다시 한번 국내에 알려졌고 '헤어질 결심'을 통해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글로벌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2014년 7월 '만추'에서 함께 작업한 김태용 감독과 결혼하였고 2016년 8월 딸을 출산하여 자녀 1명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김태용 감독은 만인의 적이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국내에서 탕웨이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분위기 있는 외모를 꼽을 수 있는데 그에 비해 한국어 발음이 모자라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헤어질 결심'의 관람 후기에서도 발음 때문에 자막을 달아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다른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마침내, 헤어질 결심

'해준'으로 본 결심

과감했지만 망설임이 동반된 마음은 장애물을 마주한 것처럼 멈춰 서게 했다. 끊임없이 너를 관찰했고 나는 무너지면서 흔들렸다. 그녀의 존재는 파도가 되어 깊은 바다로 흘러 버렸다. 사랑이라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랑이었다.

'서래'로 본 결심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은 시작되었다. 당신에게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 이 사랑은 꺼낼 수 없는 아주 깊은 곳에 묻어 두겠다.

해준은 서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이 불륜을 의심한 것은 말과 행동에 이미 마음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부정하고 멀어지려 했다. 마지막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완벽한 결말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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